[우리말 바루기] ‘헬스장을 끊다’
친구가 “헬스장을 끊었다”고 했다. 헬스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뒀다는 것일까, 아니면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일까. 같은 말이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니 재미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끊다’를 ‘등록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끊다’의 뜻풀이 중 정확하게 이런 의미로 올라 있는 것은 없다. 사전을 보면 ‘끊다’는 “고무줄을 끊다”에서처럼 실·줄·끈 등의 이어진 것을 잘라 따로 떨어지게 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또한 “소식을 끊다” “교제를 끊다”에서처럼 관계를 이어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밥줄을 끊다” “담배를 끊다” 등에서와 같이 어떤 것을 중단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일에도 ‘끊다’를 쓴다. 그렇다면 왜 ‘등록한다’는 뜻으로 ‘끊다’가 쓰이게 됐을까. ‘끊다’의 여러 가지 의미 중에는 “한복감을 끊다” “기차표를 끊다”에서와 같이 옷감이나 표 따위를 사다는 의미도 있다. 옷감을 잘라서 사는 것을 ‘끊다’고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차표 또한 종이 승차권을 쓰던 시절엔 ‘끊다’를 ‘구매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던 것이다. 표를 구매하는 행위를 ‘끊다’고 표현하던 것이 굳어져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에 등록하는 일도 ‘끊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우리말 바루기 헬스장 가지 의미 종이 승차권